Book Review

누가 베이컨을 식탁으로 가져왔을까

soocut28 2025. 5. 11. 07:30

누가 베이컨을 식탁으로 가져왔을까 : 인류의 기원과 여성의 탄생 

The Invisible Sex: Uncovering the True Roles of Women in Prehistory 

저: J.M. 애도배시오, 올가 소퍼

출판사: 알마

출판일: 2010년 10월  

 

개인적으로 나는 숫자 중에서 '11'을 가장 좋아한다. 십진법을 쓴 이래로 '10'은 완성을 뜻하고 한 시대의 끝을 의미하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11'은 새로운 시작, 즉 다가올 한 세대의 원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2011년이라는 새로운 해를 조용히 책을 읽으면서 혼자서 기다린 것이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인생을 설계할 것인가를 생각하니 설레임이 더 컸다고 해야 할까. 추운 날씨 속에서 많은 사람들 때문에 고생할 것을 알면서도 새해를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를 듣기 위해서 모여드는 것은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한편 우연히 선택한 책을 통해서 나는 나름대로의 상징성을 찾아본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 있어서의 여성의 역할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근본적으로 여성의 능력과 역할에 있어 언제나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미 그러한 고루한 생각이 그다지 의미가 없어 지는 시대에 오지 않았는가. 다만, 젠더의 중요성 보다는 내가 기본적으로 중요하게 가치를 두는 것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성의의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가끔은 나 자신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머리 속에서는 아직도 기존의 가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어떻하겠는가. 습관과 선입견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 걸.

10여년 전에 최무장 교수의 지루한 고고학, 문화인류학 강의가 생각났다. 그 때 최무장 교수는 칠판에 석기와 도기와 같은 각종 유물들의 모습을 어지럽게 그리곤 했었다. 지루했지만 흥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체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기원에 대해서 일정 부분 의문을 가지게 마련이니까. 머리 속에서 재구성한 몇십만년 전의 모습은 대체로 애도배시오와 올가 소퍼가 지적한 대로, 침팬지 비슷한 인류의 조상이 직립 보행을 하며 석기로 만든 창으로 매머드를 사냥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여성의 역할이라든지 모습은 그다지 상상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공저자인 애도배시오, 올가 소퍼, 제이크 페이지는 이러한 선입견에 대해서 의문을 제시한다. 대부분의 고고학자들이 현대의 가치관을, 예를 들면 가부장제, 바탕으로 하여 인류의 초창기 역사에서의 여성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왜곡하였다. 3백만 년 전 정도부터 시작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호모사피엔스로 이어지는 장대한 인류의 진화 여정 속에서 사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젠더의 역할을 알려줄 단서는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는 다만, 운 좋게 남은 유적의 일부에서 과거를 재구성할 뿐이다. 그러한 작업이 사실 대부분 남성 학자들에게 이루어졌으며, 그에 따라 이러한 장대한 진화 여정 속에서 여성의 역할이 무척이나 왜곡되었다고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인류의 정확한 시작에 대해서 우리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장대한 여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는 추정해볼 수 있다. 직립 보행과 언어라는 인간만의 특성이 나타나고, 아프리카를 떠난 현생 인류가 지구의 각 지역으로 퍼져 나가는 과정은 장편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위대한 사냥꾼이라는 이미지와 접한다. 즉, 돌로 만든 화살촉과 창으로 무장한 용맹한 인류 조상이 매머드와 같은 대형 육상 동물을 집단 사냥하는 모습이며, 한편으로는 비교적 소극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리라 추정되는 여성이 그 반대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인류가 이런 활동을 실제로 수행했는가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다. 한편 여성이 현대에서 주로 수행하는 성역할만 담당했다는 유물도 역시 없다.

고고학자와 인류학자들이 재구성하는 초기 인류는 상기한 대로 왜곡된 이미지로 남아 있다. 또한 여성의 역할과 존재에 대해서 과소평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왜곡하고 있다. 애도배시오와 올가 소퍼는 오래 동안 남지 않는 천, 바구니, 끈, 곡식 등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여성의 모습을 다시 살펴보려고 노력 중이다. 더 나아가 책에서 주장하듯이 식량 생산, 언어 등은 오히려 여성이 발전시켰을 수도 있다.

 


James M. Adovasio (born 17 February 1944) is the director of the anthropology and archaeology department at Mercyhurst College as well as director of the Mercyhurst Archaeological Institute in Erie, PA. He received his Ph.D. from the University of Utah in 1970 (where he studied under Jesse Jennings) and his D.Sc. from Washington and Jefferson University in 1983. He also currently serves as commissioner of the Pennsylvania Historical and Museum Commission (PHMC) and has had an active role with law enforcement agencies helping to apprehend and convict people who loot archaeological sites.

 

Olga Soffer is a Professor of Anthropology and the Head of the Department of Slavic Languages and Literatures at the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She received her Bachelor's Degree in Political Science and her Master's Degree in Anthropology at Hunter College, City University of New York. In 1984, she received her Ph.D. in Anthropology from the Graduate Centre, City University of New York. She served as an adjunct instructor at Hunter College, Lehman College, and the University of Wisconsin at Milwaukee before coming to the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in 1985 as an Assistant Profess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