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유전학적으로 완벽해지려는 인간에 대한 반론
The Case against Perfection
저: 마이클 샌델
역: 강명신
출판사: 동녘
출판일: 2010년 08월
11월 일본 출장을 가면서 공항서점에서 구매했던 '정의란 무엇인가'는 시간이 없어서 아직 읽지를 못하고 있다. 솔직하게 철학 관련 책들은 언제나 나에게는 어려움을 주었는데 충분한 배경 지식을 가지지 못한 이유가 가장 컸다. 시간이 된다면 제대로 철학 관련 책들을 천천히 읽어가면서 나의 입장을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아직은 힘들 것 같고 오랜 시간을 요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어쨌든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이 책이 예외적인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이 가장 컸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적 정의에 대한 회의심도 하나의 원인이 아닌가 보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은 결코 공정하게 운영되지 않는다는 쓰라린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빠지는 듯 한데, 진작 읽고 싶었던 '정의란 무엇인가'는 두꺼운 책두께와 아직 읽지 못한 다른 책이 있어서 다소 후일로 미루기로 하고 마이클 샌델의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라는 책을 읽었다. 얼마 전에 라정찬이 쓴 '고맙다, 줄기세포'에서 줄기세포 연구의 현황에 대해서 다소나마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줄기세포에 관심이 있다면, 다른 책을 읽으라고 권해주고 싶다. 이 책은 알앰엠바이오 라는 라정찬의 회사 홍보자료 같은 질 낮은 책이다.) 나같은 사람까지 줄기세포에 대해서 말하는 상황이니, 이러한 생명공학의 발전상이 그동안 얼마나 눈 부셨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상황은 우리에게 많은 윤리적 질문들을 던지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이다.
마이클 샌델은 2001년 말, 대통령생명윤리위원회에 위원 자격으로 초대를 받아 몇 년간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생명공학과 윤리와의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듯 하다. 이 위원회의 활동 결과, 2006년 여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지원을 거부했다. 연방정부는 '무고한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을 지원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샌델은 위원회 내에서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찬성하는 쪽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생명공학과 관련된 여러 윤리적 문제에 대한 '윤리와 생명공학' 강의를 개설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본래 치료목적으로 개발된 근육, 기억, 신장, 성 감별 등의 유전학적 강화 genetic enhancement와 맞춤형 자녀와 같은 문제들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강화와 복제, 유전공학은 인간의 존엄성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어떻게 이런 기술들이 우리의 인간성을 위축시키는 것일까. 마이클 샌델은 인간의 자유와 번영의 어떤 측면을 위협하는가. 이러한 강화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본성을 포함해서 자연을 우리의 목적과 욕구를 총족시키기 위해서 다시 만들려는 프로메테우스적인 열망, 인간의 과도한 주체성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의 삶이 주어진 선물이라고 인정하면, 이런 프로메테우스적인 충동을 자제하고 겸손을 배울 것이라고 본다. 맞춤형 자녀에 있어서 문제는 탄생의 신비를 정복하려는 부모의 충동이다. 과잉양육은 정복과 지배를 향한 지나친 불안이며, 이는 선물로서 삶의 의미를 놓치는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우생학과 가까워진다.
우생학 eugenics는 유전적 구성을 통해서 인간의 종을 개선하려는 시도였다. 우생학은 2차대전 당시 독일의 잔악행위로 후퇴했다. 게놈 시대가 되어 우생학은 되살아나고 있다. 새로운 자유주의 우생학은 아이의 자율성을 제한하지 않는 유전적 강화를 의미한다. 자유주의 우생학은 집단적인 야망을 꺼리며, 사회개혁 운동이 아니라 특권층이 성공할만한 자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샌델은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 jurgen Harbermas의 논지를 빌려, 우리의 생명의 시작을 우리가 통제할 수 없었다는 시작의 우연성과 그렇게 시작한 삶에 우리가 윤리적인 형태를 부여할 수 있는 자유는 긴밀하게 연결이 된 요소라고 본다.
샌델은 '유전학적 강화는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 유전학적인 혁명에서 무심코 나온 부산물인데, 우리는 우리의 능력을 강화할 수 있고, 우리의 아이를 디자인할 수 있으며, 우리의 본성을 완벽하게 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한다.... 유전공학을 세상의 정복자이자 우리의 본성을 지배하는 자로서의 우리의 초상을 궁긍극적으로 표출한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자유의 비전은 결함이 있다. 삶을 선물로 인식하는 것을 몰아내려고 위협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지 밖에 둔 그대로 바라보고 긍정할 것을 저혀 남겨두지 않을 위압적 기세를 드러내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짧은 책이지만,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읽어야 할 책이었던 것 같다. 많은 의문과 질문들이 내 머리속을 왔다갔다 했다. 생명공학의 발전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마이클 샌델은 인간 생명 유지와 회복을 위한 배아복제에 대해 찬성하지만, 인간복제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가진다. 배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복잡한 질문들이 있지만, 배아가 존중받을 개체라고 하지만, 인간으로 볼 수는 없다고 본다. 따라서 배아복제를 통한 사용이 가능하다 본다. 이와 같이 근본적인 목적에 부합하는 기술발전에 대해서 긍정하고 있지만, 우리들 스스로가 삶을 선물받았다고 생각해야 되며, 이에 따른 겸손과 유대감을 발전시켜야 된다고 주장한다. 한편으로는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합리성을 주장하는 자유주의 우생학에 대한 비판도 가능하지 않을까.
Michael J. Sandel (born March 5, 1953) is an American political philosopher and a professor at Harvard University. He is best known for the Harvard course 'Justice', available to view online, and for his critique of Rawls' Theory of Justice in his Liberalism and the Limits of Justice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