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새로운 세상을 꿈꾼 사람들

soocut28 2025. 5. 9. 18:43

새로운 세상을 꿈꾼 사람들 : 조선 서얼의 꿈과 좌절, 성공과 실패
저: 이한

출판사: 청아출판사

출판일: 2010년 01월

미얀마로 출발하기 전, 지루한 일정 속에서 편안하게 읽을 만한 책을 찾고 있었다. 이제까지 조금 어렵고 복잡한 주제의 책을 선택해서 읽어보면, 오히려 출장 동안 복잡한 생각들이 내 머리 속에 맴돌기만 했다. 그렇다면, 조금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에 약간은 미련이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꾼 사람들... 책을 꺼내 표지를 보니, 조선시대 서얼에 대한 책이었다.서얼... 태생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 따라서 그 누구보다도 기존의 질서에 조금이라도 저항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많았던 사람들... 책을 읽어 가면서, 내 머리 속은 더욱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비행기의 귀를 울리는 엔진소리, 방콕 경유의 타이항공의 비행기 안에는 신혼부부, 배낭여행을 가진 젊은이들 그리고 단체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한편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얼굴에 비춰지는 낯선 곳 혹은 이제 곧 갈 매력적인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태국과 캄보디아를 배낭여행했었던 것이 벌써 3년 전, 시간이 무척이나 빠르다는 쓴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같은 장소라도, 여행을 가는 것과 출장을 가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꾼 사람들, 나는 비행기 안에서 천천히 첫 페이지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책은 개략적인 설명을 하기는 했지만, 서얼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부족한 편이다. 서얼이라는 즉, 역사의 전면에 나설 수 없었고, 기록이 남지 않았던 이들에 대한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일까? 조선시대의 시작과 끝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서얼 출신들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이야기들은 약간은 지루했다. 그나마 '서얼들의 다크 히어로'로 지칭한 유자광에 대한 이야기가 그나마 흥미로웠다고나 할까? 아마도 조용한 분위기에서 쭉 읽어 내려간다면, 한 두시간이면 다 읽을 정도였다. 하지만, 책이란 그 내용의 흥미로움과 치밀함도 고려해야 되지만, 그 책에서 말하는 나에게 잊혀졌던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불공평하고 모순에 가득하다는 것, 그리고 조선시대 기득권이 그토록 서얼에 대한 차별에 강경했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는 사회 더 나아가서는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어쩌면 대부분의 우리들은 서얼과 같은 무기력한 모습은 아닐까. 바꾸고 싶은 모순에 분노하지만, 찾을 수 있는 돌파구는 눈에 띄지 않는다. 따라서, 세상을 건전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조차 없다.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이며, 오직 기존 구조에 기대어 약간의 성공에 만족하고 살아간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무기력한 모습, 모순적인 기존 구조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저 하루 하루 살아가는 뿐인 그런 시시한 인생과 서얼의 차이를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혁명을 꿈꾸지만, 절대 실천할 수 없는 사람들. 어쩌면 세상은 다른 이름으로 포장된 수많은 서얼들로 이루어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 그렇다면 그리고 깨달았다면, 지금이라도 한번 '서얼 허통'의 노력이라도 한번 해봐야 되지 않을까? 그것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